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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말이 이쯤 나오고 보니, 정여룡은 화를 낼 수도 안 낼 수도 없는 기막힌 심정이었다.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고‥‥‥세모진 이상한 눈을 딱 부릅뜨고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남몰래 마음속으로 앙심을 먹고 있었다.’흥! 어디 두고 보자! 돼먹지 않은 두 어린 계집 아이들
이 나를 놀리다니! 오늘 밤에 네년들이 이 젊은 장주에게 얼마나 혼이 날지 두고 보면 알 게다.’
자운 아가씨의 입장에서는 이 어색하게 된 장면을 슬쩍 구슬러 넘기는 도리밖에 없었다.”그만
둬요. 어쨌든 이번에는 오빠가 정신을 딴 데다 팔고 실수를 한 거야! 빨리 저리 가요. 나는 강주
하고 이야기할 일이 있으니‥‥”정여룡은 의기 양양해서 우쭐거리며 나타났다가 초상집 개
모양으로 풀이 죽어서 자리를 뜨는 수밖에 없었다.곁눈질을 해서 계집종을 무섭게 흘겨 보고
몸을 홱 돌이켜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바로 이날 점심때쯤.쨍쨍하게 내리쬐는 여름날 따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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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광선아래서, 봉명장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가하게 쉬거나 고단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봉명장 대문 앞에 두 흑의(黑衣)의 장정이 나타났다. 입은 의복도 시커멓고, 얼
굴은 더욱 새까만 사람들이었다. 마치 까맣게 탄 긴 숯덩어리 두 자루가 말뚝처럼 우뚝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았다.여섯 자도 더 되어 보이는 후리후리한 키. 얼굴에서 그래도 흰빛이 감도는 두
눈동자와 하얀 이빨을 제외한다면, 그 나머지는 먹덩어리 같은 데서 번쩍번쩍 광채를 발사하고
있을 뿐이었다. 얼굴만 새까만 게 아니고, 밖으로 나온 두 손과 다리의 정강이까지 새까맣고 번
쩍번쩍 광채가 나는 것이었다.두 장정들은 봉명장 대문 밖에 각각 팔짱을 끼고 시커먼 기둥처럼
버티고 서서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봉명장 대문 안에는 문지기 장정 둘이서 꾸벅꾸벅 졸고 있
었다. 깜짝 놀라 졸린 눈을 비비며, 어리둥절 앞을 내다봤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장승처럼 버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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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두 흑색괴인(黑色怪人)들을 보자 문지기 장정들은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잠이 천리 만리
달아나 버렸다.대경 실색하였다.’이 두 괴물들은 어느 틈에 나타난 걸까?’네 개의 커다란 눈동자가
대문 밖에 서 있는 검정빛 괴물들을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노려봤다.’천하에 괴상하게 생긴 놈들
이다.”여기 난데없이 나타났다는 것은 더욱 괴상한 사실이다.”봉명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
데‥‥‥ 주변에서 십 리쯤 떨어진 먼 곳이라 할지라도, 외부의 사람이 침범하는 기색만 있으면
즉각에 비밀 신호로 연락이 되는 곳인데‥‥‥‥”이 두 괴물들이 대문 앞까지 나타나 버티고 서
있는데도, 어째서 봉명장 안팎에서는 아무런 사전 연락도 경비의 신호도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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