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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아가씨는 자기 입장이 심히 난처하다곤 하지만, 자기가 그런 약속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강주라는 그 아가씨가 이렇게 자진해서 봉명장으로 달려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한참 동안 눈살을 찌푸리고 말이 없었다.문득, 무슨 대책이 생각났다는 듯, 쌍끗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나는 먼저 돌아가봐야겠어요! 그 아가씨의 뒤를 한시 바삐 쫓아가 보는 수밖에‥‥‥‥”
자운 아가씨는 말을 마치자 삼기들의 얼굴을 한 번 죽 훑어보고, 여전히 웃는 낯으로 훌쩍 가볍게 몸
을 날려 말 위에 올라앉았다.말은 경각을 지체치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연지마의 속력은 비상히 빨
랐다. 그러나 십 리 이상이나 단숨에 달렸건만 강주 아가씨의 마차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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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상한데? 마차가 이렇게 빨리 달아날 수 있을까? 떠나간 지 얼마
안 된다는데 어째서 그림자도 찾아낼 수 없을까?’이때 자운 아가씨를 태운 말은 어떤 자그마한 읍(
邑)으로 들어섰다.오정 때가 가까웠다.좀 쉬어서 갈 생각으로 읍내로 들어섰다.자운 아가씨는 한군
데 음식점 문 앞에 화려한 마차 한 대가 멈추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마차 옆엔 따로 한 필의 노새가
따라 서 있었다.자운 아가씨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결국, 나한테 붙잡히고 말았구나!’음식점 문앞
에 이르자 얼른 몸을 날려 말에서 내렸다. 그러나 뉘 알았으랴? 자운 아가씨는 고개를 쳐들고 앞을 내
다보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없었다.”아니, 저건?”음식점 안에는, 한군데 놓여 있는 식탁의 이편 저편
으로 두 사람이 마주 대하고 앉아 있었다.오른편에는 새빨간 빛깔의 옷을 입은 여자가 단정히 앉아 있
는데, 그것은 딴사람이 아니라 바로 천하제일방의 취우사자 홍백 아가씨였다. 홍백 아가씨와 마주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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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사람은 나이가 쉰이나 되어 보이는 노인이었다.얼굴이 삐쩍 말랐고, 몸집도 호리호리하
고 작으며, 눈썹이 유난히 긴데, 오른손은 소랫자락 속으로 움츠러뜨렸고, 왼손만 밖으로 내놓고 있
었다.마치 닭다리같이 보잘것없게 생긴 이 노인의 모습은 정말 괴상하기 비길 데 없었다.자운 아가씨
가 소리를 질러서 홍백 아가씨를 불러 볼까 하는 순간에, 홍백 아가씨가 홀연 고개를 이편으로 돌이
켰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못 봤다는 듯, 여전히 삐쩍 마른 노인에게 말하고 있었다.”아마, 그 녀석은
노인께서 뒤를 쫓는 줄 알아채고, 더한층 날쌔게 뺑소니쳐 버린 모양이죠?”삐쩍 마른 노인은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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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눈썹을 연방 찡긋찡긋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웃음소리를 간사하게 터뜨렸다.”해해해‥‥‥해
해. 제아무리 빨리 도주를 한들 뭘하겠소? 오늘만 날이겠소? 내일도 또 있는데 !”자운 아가씨는
가슴속이 뜨끔했다.’저 삐쩍 마른 늙은이가 혹시 바로 일견사라고 하는 취우사자가 아닐까?’
자운 아가씨는 이미 음식점 안으로 한 발자국을 들어서 있었다. 새삼스럽게 뒤로 물러서 나오는
것도 쑥스러웠다. 일견사 같은 늙은 괴물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능청스럽게 모르는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