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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그 징글맞은 웃음소리는 여전히 왕영의 신변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골수로 스며들 것만
같이 소름 끼치게 했다.그리고 또 한마디 끔찍끔찍한 말소리까지 들려 왔다.”이놈! 네놈은 정말
죽고 싶으냐?”말소리가 끝나는 순간, 한줄기 싸늘한 장풍(掌風)이 왕영의 신변 가까이 습격해
왔다.왕영은 가슴이 뜨끔하고 오싹 소름이 끼쳤다. 경각을 지체치 않고 산형술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그럴 만한 겨를이 없었다. 비칠비칠 뒤로 물러서면서, 두 손을 일직선으로 뻗어 상대
방의 공세를 간신히 막아냈다.그런데 뜻하지 않은 이상한 사태가 발생했다.왕영이 두 손을 뻗
치는 바로 그 찰나에, 그의 등덜미로부터 돌연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안개가 자욱하게 그의
주변을 감싸고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왕영에게 공격을 가한 상대방의 전광 석화 같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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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풍도, 이 안개 속으로 뚫고 들어오자마자 눈이 녹아 버리듯 형체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그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안개는 점점 더 테두리를 넓혀서 번져나가며, 벌판을 휩쓰는 밤바람
에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징글맞은 웃음소리는 여전히 자욱한 안개 속에 휩쓸려 쉴 새 없이
들려 오기는 했지만, 결국 천하제일방 방주의 신출귀몰한 무술 재간도 이 안개 앞에서는 도저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자욱하게 끼었던 안개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져 나간 다
음 그 안개 속에는 이미 왕영의 그림자도 없었다.다만, 극히 미약하고 담담한 나머지 냄새가
밤하늘 속에 감돌고있을 뿐.하늘 높은 곳에서, 징글맞은 음성이 또 무시무시하게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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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 젊은 녀석이 불과 오 년 동안에 둔형무(遁形霧)의 수법까지 배웠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디 두고 보자! 오늘만이 날이냐? 네놈은 언제고 내 손아귀에서 빠져 나지
못할 것이다!”징글맞은 음성은 여운을 길게 남기면서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음성이 사라져 가는 것과 때를 같이해서, 성벽 위로부터 한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번갯불
처럼 번쩍하고 내려섰다. 그 그림자는 땅바닥에 죽어 자빠진 아미수로 노인의 시체 위를 재
빨리 스쳐 나갔다.”흥!”가볍게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또다시 허공으로 불쑥 높이 솟구
쳐 오르더니, 징글맞은 소리가 사라져 간 방향을 향하고 쏜살같이 달려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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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그림자는 깨끗이 종적을 감춰 버렸다. 희미한 달빛이 땅바닥에 나둥그러져 있는 시
체 위를 처량하게 비추고 있었다.노인의 시체는 차츰차츰 녹아 버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복과 머리털만은 남아 있더니, 얼마 안 되어서 그것들마저 형체도 없이 녹아 버렸다.
닥에는 비린내 나는 시뻘건 피가 질펀하게 괴어 있을 뿐이었다.이렇게 해서, 무예계에서
수십 년 동안이나 쟁쟁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아미수로 노인은 숨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왕영과 천하제일방 방주라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노인의 죽음
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더군다나, 한 가닥의 뼈조차도 남지 못하고 전신이 녹아서 없